Tuesday, March 27, 2018

변화




변화는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7 전, 집에서 사용하던 커피추출기가 망가져 없게 되면서, 나는 2인용 작은 핸드밀을 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게 되었고, 매일 아침이면 핸드밀을 손으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손잡이를 돌려 아침에 필요한 만큼의 원두를 그라인딩해서 마시는 일과가 시작되었다. 당시만 해도 작은 것 앞으로 내가 물건을 바라보는 시각, 소비의 가치관 그리고 나아가 삶의 자세까지도 바꾸어 놓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작은 원을 그리는 단순한 손동작으로 시작되는 나의 아침 일과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계추의 단정한 리듬처럼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행위로 거듭나고 있었다. 손에 전해지는 분쇄되는 커피 원두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노라면, 서서히 핸드밀로부터 커피 향이 피어오르고, 어느새 스토브 위에선 달그락달그락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피 필터의 이물질을 뜨거운 물로 씻어내고, 고운 질감의 커피를 담은 , 천천히 원을 그리듯 물을 따르면, 또르르르 커피 물방울이 투명한 유리잔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새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요즘 새로운 놀이를 즐기고 있다. 구태여 이름을 붙이자면, '군더더기 없는 .' <어린 왕자> 저자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보탤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는 것이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전에 책에서 읽을 머리로만 옳다고 끄덕이던 구절을 이제는 몸소 실천으로 옮겨보려고 한다. 얼마 전부터 물건을 부류로 나눠서 정리하고 있다. 쓸모가 없는 물건을 버리는 연습과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게 쓰일 물건을 이웃과 나누는 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 집 창고, 옷장, 차고 안의 물건이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마치 나의 군살이 빠지는 듯한 가벼움과 후련함을 동시에 느낀다. 물건을 치우면 치울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마음을 비우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와 못지않게 이곳저곳에 가득 채워진 물건을 비워가는 연습도 몹시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매일 마음공부를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불편했던 부분이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랜 시간 마음속만 구석구석 들여다보다 그것에 매몰되어, 밖을 찬찬히 살피는 것을 잊고 지내왔구나라는 점을 알아차리게 되었다지금의 깨달음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는 동시에, 소소한 일상이 주는 교훈의 깊이를 헤아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있는 우리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