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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13, 2017

첫 출근



믿음직스러운 랄라에게,

오늘은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구나. 엄마는  손으로 들어 올리기도 힘겨울 만큼 무거운 가방을 쉽게 둘러매고 활기차게 집 나서는 랄라도보에 다다르자 씩씩한 발걸음을 멈추고 나무 앞에 서서 함께 등교할 친구를 기다리는 랄라먼발치서 너의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에게까지 건강한 안정감이 전해져오더구나.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에 저절로 엄마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오른다.

랄라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엄마랑 아빠는 매달 첫날이 오면 랄라의 계좌에 용돈을 입금해왔지. 용돈으로 랄라가 친구 생일 선물도 챙기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식사도 하면서 2년간 야무지게 살림을 꾸려왔다고 엄마는 생각한다. 처음에는 갖고 싶은 물건을 보면 충동구매를 하거나, 균형적인 지출을 못 한 나머지 월말에는 용돈이 얼마 남아서 초조해하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랄라의 씀씀이가 우려를 불러일으킨 경우는 거의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엄마는 랄라가 열다섯 살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 이유가 운전 허가증을 신청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지난주 랄라가 전해온 뜻밖의 소식이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내가 랄라의 모든 면을 알고 있다는 속단과 착각은 그만해야겠구나.라는 뉘우침의 시간을 선물해 주었단다. 우리 랄라가 방과 후에 파트타임으로 일 할 곳을 진심으로 알아보고 있었고, 적극적으로 면접을 준비하고, 부푼 기대를 가슴에 안고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엄마는 왜 몰랐을까?

솔직히 말하면 랄라가 파트타임 직장을 이야기했을 때 엄마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 막 열다섯 살이 된, 심지어 일해본 경험도 없는 고등학생을 과연 어떤 곳에서 선뜻 자리를 내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이 생각 자체가 이미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면접에 합격하고 고용계약서를 손에 쥔 랄라를 보면서 뒤늦게 깨달았단다. 열다섯 살이기에 일해본 경험이 없는 것이 흉이 되지 않고, 그러니까 파트 타임으로 시작하는 거고, 그렇게 일을 하면서 배우고 경험을 쌓는 거잖니? 15세는 엄연히 미국 노동법상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이고, 이미 랄라 주위에도 주중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열 시간 정도 일을 하면서 자신의 용돈을 버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엄마는 왜 그냥 귓등으로 들었을까?

엄마가 랄라에게 편지를 쓰는 동안 이미 안개는 걷히고 흐린 가을 하늘이 고개를 내밀었구나. 마찬가지로 엄마의 뿌옇던 생각도 조금은 정리가 된 듯싶다. 아마도 엄마는 아직 나만의 잣대를 가지고 랄라의 성장을 측정하는 고얀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 싶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의 도움으로 공부한 엄마로서는 랄라의 자립을 응원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경제적 자립을 향한 랄라의 진지함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던 건 아닐까? 정확히 말하자면 랄라를 향한 못 미더움이 아니라, 엄마가 랄라 나이였을 때 가졌던 의존심 때문에 랄라의 자립을 향한 의지를 간과한 것은 아닐까? 

오늘 우리 아가가 첫 출근을 하는구나

열다섯 장이나 되는 고용계약서를 하나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어본 뒤, 잘 모르는 부분은 친구나 선배에게 물어봐서 마지막까지 정성 들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랄라를 바라보며 엄마는 랄라의 반듯한 마음가짐에 감동했단다. 랄라의 어릴 적 언행을 보고, 엄마의 오래된 친구가 '청출어람'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단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가 그 말을 랄라에게 해주고 싶구나. 우리 랄라가 엄마보다 키만 더 큰 것이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특히 독립성과 자주성에 대해서 만큼은 랄라 나이었을 때의 엄마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랄라의 크고 작은 도전과 성취가 모여 앞으로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하니 엄마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랄라야, 고객에게 성심성의를 다하되 랄라다움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기 바란다. 엄마는 랄라의 햇살 같은 웃음이 많은 사람에게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어느덧 하늘도 맑게 갠 얼굴로 너의 첫 출근을 축하하고 있구나.

우리 랄라 화이팅!
사랑해 엄마 아가!

2017. 11. 13.

Monday, October 30, 2017

랄라는 열다섯 살





사랑하는 랄라에게,

우리 아가의 열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나도 벌써 서른의 반을 살았다 이야기하는 랄라 보면서 이내 실소가 터지는가 싶더니, 부정할 없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져 엄마는 조금 슬퍼 지기도 했단다. 랄라야, 우리가 함께한 15년이라는 시간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시간을 흐르는 강물에 표현하는 이유는 1초도 멈추지 않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힘든 순간이 계속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흐른다는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것이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흐르는 시간을 부여잡을 없는 현실이 몹시 고통스럽고 원망스럽기도 하겠지. 대부분 우리는 가지의 경험을 함께하면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고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라고 엄마는 생각한다.

엄마가 생일 카드에 적었듯이, 하루하루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우리 랄라가 앞으로 살아가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랄라야, 없을 만큼 많은 나날 속에서 특히 마음에 담아두게 되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몇몇 순간 또는 하루가 누구에게나 있단다. 엄마에게는 랄라의 생일이 그중에 하나란다. 그리고 날은 엄마가 랄라의 엄마로 공표된 하나의 기념일이기도 하지. 랄라가 태어나서 처음 누워있던 투명한 바구니 침대 이름표에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 아니? “홍수미의 아기 ()” 이렇게 적혀있었어. 이름표 너머에 보이는 인형같이 자그마한 아기가 정말 내가 낳은 나의 딸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 출산은 참으로 신비로운 경험이었단다.

오늘은 랄라가 아빠 없이 맞이하는 생일이구나. 그래서 엄마가 올해 생일 편지에는 아빠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랄라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아빠는 부득이한 회사 일정으로 지금 아시아 출장 중이셔. 아빠는 랄라 생일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엄마에게 특별히 오늘만큼은 아빠 몫까지 부탁한다고 번이나 당부하셨단다. 물론 엄마는 아빠와의 약속을 지킬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아빠랑 통화할 우리 같이 안심시켜 드리자.

엄마는 아직도 살을 넘긴 랄라가 출장 아빠를 그리워하며 대성통곡하던 모습, 아빠가 집에서 신던 슬리퍼를 가슴에 껴안고 잠들던 모습, 퇴근 시간이 되면 현관문으로 자리를 옮겨서 놀다가 아빠 소리가 들리면 신나서 통통한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던 모습, 아빠에게 높이 높이를 외치며 하늘 위로 날아오르던 너의 멋진 날갯짓을 기억하고 있단다. 하지만 아빠의 껌딱지였던 랄라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아빠에게서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뜬금없는 반항으로 아빠를 당황하게 하거나 때로는 말도 되는 억지로 아빠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 중학교 랄라는 마치 동굴인 삶을 사는 같았고, 덕분에 엄마랑 아빠는 많은 시간을 둘이서 보내게 되었단다. 그리고 작년부터 랄라는 일상의 균형을 되찾는가 싶더니 올해부터는 부쩍 눈에 띄게 전인적인 성장을 이루기 시작했단다.

너의 건강한 몸과 마음, 너그럽고 유쾌한 성격, 뛰어난 집중력과 유연한 사고가 모두 랄라 혼자만의 능력이라고 우쭐대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아빠가 랄라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수영장에서 물놀이하고, 산과 들로 하이킹을 떠나고, 바다와 하늘을 오가며 넓은 세상을 보여주시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랄라의 놀라운 체력과 면역력은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거야. 만약 랄라가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아빠를 만났더라면 그리고 아이를 자주 꾸짖고 독촉하는 습관을 가진 아빠를 만났더라면 랄라가 지닌 여유와 발랄함은 꽃을 피우지 못했을 수도 있어. 랄라가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려는 아빠의 노력과 인내가 있었기에, 지금 랄라는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사고를 통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지혜를 배울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아빠는 15 동안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순간마다 랄라를 사랑했고, 그런 아빠는 랄라의 인생에 축복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엄마가 이야기해주고 싶었단다. 오늘 아빠는 우리와 함께 저녁 식사를 없고, 랄라 생일 파티 때에도 참석할 없지만, 랄라를 향한 아빠의 진심만큼은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오늘은 유리에 서리가 내려앉을 만큼 유독 추운 아침이었지. 하지만 함박웃음을 짓고 앉아 있는 랄라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따뜻한 봄날 같았단다. 랄라가 요즘 다시 즐겨듣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앤딩> 엄마 마음속에서 반복 재생되는 기분이랄까엄마는 15 랄라를 만난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고 있단다. 그러기에 우리가 함께한 15년은 엄마에게  세상의 어느 무엇과도 바꿀 없는 가장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지. 랄라의 엄마로 살면서 엄마는 어른아이에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공부를 시작했고, 누군가를 무조건 사랑하는 기쁨과 행복을 누릴 있었어. 다른 누구도 아닌 랄라의 엄마여서 감사한 오늘이구나.

랄라야.

15 아기 냄새 폴폴 나던 우리 랄라를 품에 안고 밤낮으로 들려주던 자장가를 오늘 아침 나지막이 혼자 불러본다.

자장자장 자장자장
우리 아기 코자요.
엄마 품에 안겨서
새근새근 코자요

꼬꼬 닦아 울지마라
멍멍개야 짓지 마라
우리 아기 코잔다

자는 아가야
먹는 아가야
뛰어노는 아가야
꿈을 꾸는 아가야

웃음 많은 아가야
마음 착한 아가야
귀염둥이 아가야
사랑스러운 아가야

자장자장 자장자장
우리 아기 코자요
고운 마음 가지고
새근새근 코자요

2017.10.30. 
행복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