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야. 이제 우리 랄라가 세 돌을 맞이하는구나!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귀여운 행동들로 엄마 아빠를 즐겁게 해주고, 무엇보다도 건강히 무럭무럭 자라주어서 고맙구나. 얼마 전 랄라가 엄마랑 차를 타고 유아원에 갈 때 이렇게 말했어. "엄마! 해님이 차 타고 우리를 따라와요!" 아침햇살과 함께 엄마는 랄라의 눈망울 속에서 행복 한 조각을 주었단다. 그리고 또 이런 일도 있었단다. 저녁을 먹고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 랄라가 텃밭 옆에 모아놓은 조약돌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더니 엄마~ 엄마~ 하고 부르는 거야.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가보았더니 랄라가 땅바닥에 덜퍼덕 주저앉아 돌멩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옆으로 놓으며 각각 이름을 붙여주고 있었어.
"이건 엄마. 이건 아빠. 이건 엄마 할머니. 이건 엄마 할아버지. 이건 아빠 할머니. 이건 아빠 할아버지. 이건 삼촌. 이건 언니. 이건 아현 언니. 이건 고모. 이건 현수 오빠. 이건 한나 언니. 이건 형규 오빠. 이건 Mrs. Laura. 이건 Ms. Ingrid. 이건 도은이. 이건 Samatha. 이건 Annie. 이건 Amanda. 이건 Issac..."
매일 엄마 아빠만이 랄라가 접하는 세계의 전부였던 지난날에 비해 유아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랄라에게는 인자하신 선생님도 생기고, 꾸러기 친구들도 생기고, 이번 여름 방학 동안 한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친척들과 아빠 후배 일행까지 우리 집을 다녀가신 뒤로, 랄라는 하늘에 비행기를 보면 집에 오셨던 손님들의 이름과 호칭을 하나씩 부르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단다. 그만큼 랄라의 마음은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들로 채워지고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엄마를 흐뭇하게 해준단다.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있는 이곳에서, 엄마 아빠는 랄라에게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나름 노력했지만, 일가친척 없이 뚝! 떨어져 셋이 살아가는 타국에서 그것이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또한 현실이었단다. 그런데 랄라가 정성껏 정돈해 놓은 조약돌을 보면서 랄라에게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치기 이전에 엄마 스스로가 더불어 사는 법을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단다. 엄마를 생각하게 만드는 랄라. 엄마가 보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주는 랄라. 고마워. 우리 아가.
랄라야. 우리 요즘 놀이터에 가면 모래밭에 들어가기 전에 둘 다 신발을 벗기로 약속했잖아. 덜렁이 엄마가 신발을 훌러덩 벗어놓으면, 예쁜 랄라가 엄마 신발까지 가지런히 정리해 놓아줘서 고마워. 처음에는 랄라가 엄마한데 모래밭에서는 신발 벗어야 한다고 부탁해서 시작된 우리 둘만의 약속인데, 엄마는 랄라와 함께 신발을 벗고 뛰어놀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 신발을 벗는다는 건 뭔가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듯한 느낌이거든. 엄마는 우리에게 이렇게 촉촉한 모래 위를 마구 뛰어놀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이충기 시인의 말씀처럼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수 있고, 그냥 일어서서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있는 건강한 다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란다. 우리 랄라도 몽실 통통 예쁜 다리에 감사하자.
우리의 일상 속에는 친숙함에 묻혀 더 이상 축복을 축복으로 여기지 못하고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가득한데, 엄마는 '어느새 발이 이만큼 자랐구나' 하면서 새싹처럼 쑥쑥 커가는 랄라를 떠올리며 새 신발을 고를 수 있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에 행복하고 감사해. 잘 걷고, 잘 뛰고, 잘 노는 우리 랄라의 오동통한 종아리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알통을 보면서 엄마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소중함과 귀중함을 동시에 느끼곤 해. 그 작은 두 발에 힘을 주어 힘껏 까치발을 하고는 탁자 위의 물건을 집을 때나, 펄쩍하고 힘차게 위로 뛰어오를 때 눈에 들어오는 랄라의 꼬마 알통이 엄마에게는 세 살난 랄라의 건강함의 징표처럼 느껴져 감사하지 않을 수 없구나.
랄라야. 이 아름다운 날. 우리 랄라가 지금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이웃과 친구들을 배려할 수 있는 너그럽고 예쁜 마음을 가진 어린이로 커주길 바란다. 랄라의 웃음이 늘 떠나지 않는 즐겁고 행복한 우리 집이 될 수 있도록 엄마 아빠도 노력할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 딸, 랄라의 생일을 축하해요. 많이 많이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