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0, 2014
랄라는 다섯 살
사랑하는 랄라에게
엄마랑 아빠가 하늘만큼 땅만큼 저 깊은 바닷속만큼 사랑하는 랄라가 오늘 다섯 살이 되었단다. 5년 동안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어서 너무나 고맙구나. 밤하늘의 반짝반짝 빛나는 수많은 별처럼 이 세상에는 많은 아가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랄라는 엄마의 내면까지도 비추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는 맑고 밝은 아가별이란다. 랄라야. 꼬물꼬물 작은 손으로 죔죔도 하고 까치발을 뛰며 식탁 위의 물건을 잡으려 애쓰던 너의 모습도 사랑스러웠고, 요즘 엄마 아빠 옆에서 달님에 대한 궁금증, 별자리에 대한 의문들과 지구에 대한 질문들을 호기심 가득 찬 눈 빛으로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랄라의 모습도 변함없이 사랑스럽단다.
귀염둥이 랄라야. 엄마의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엄마는 랄라가 있기에 하루하루가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진단다. 작은 아가가 이렇게 많은 기쁨을 우리 삶에 안겨 줄 수 있는지 아빠도 엄마도 모르고 있었기에, 랄라와 함께 하는 삶은 매일 같이 서프라이즈야. 엄마는 여전히 우리 랄라를 품에 안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 랄라의 보드라운 머릿결이 엄마 얼굴을 스칠 때나, 우리 랄라의 튼튼한 다리가 만져질 때면,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아. 랄라는 엄마의 이런 기분 아주 먼 훗날 랄라의 사랑스러운 아기를 품에 안게 될 때 처음 느끼게 될 텐데… 랄라가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랑 아빠는 건강히 오래오래 랄라 곁에서 머물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구나. 랄라의 고운 모습, 눈부신 성장을 하나도 빠짐없이 가슴에 새기고 싶어. 그리고 훗 날, 랄라가 조금은 지치고 힘들어 쉬어가야 하는 때가 오면, 언제든지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엄마와 아빠 곁에 머물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진 엄마이고 싶어. 엄마 노력할게. 우리 랄라를 위해서…
랄라야.
작년에 엄마가 랄라 생일을 맞이하면서 세 가지의 부탁을 했었는데 기억나니? 오늘 이 편지를 쓰기 전에 엄마가 다시 한번 꺼내어 읽어봤는데, 우리 랄라가 엄마의 부탁 세 가지를 모두 훌륭히 지켜주었더구나. 역시 우리 랄라는 엄마 말에 귀를 잘 기울여 주는 고마운 딸이야. 엄마의 첫 번째 부탁이었던 동그란 사고방식과 마음가짐을 가진 어린이 되기. 두 번째 부탁이었던 인사를 잘하는 예의 바른 어린이 되기. 세 번째 부탁이었던 한국어 열심히 사용하는 어린이 되기.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오늘 엄마가 차분히 랄라의 지나온 한 해를 뒤돌아 보았더니 우리 랄라가 많은 노력을 했더구나. 그래서 이번 생일에는 엄마가 크게 랄라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없단다. 지금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친구를 배려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가끔은 물러설 줄도 알고, 때로는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줄도 아는, 랄라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처럼 꾸준히 노력해 준다면 우리 랄라는 이다음에 육체적 성장과 정서적 발육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어린이로 자라 줄 것 같아. 그래서 엄마는 이 편지를 쓰면서도 너무 기쁘고 랄라가 자랑스럽단다.
우리 랄라가 이번 생일 며칠 전부터 구강염이 생겼단다. 아랫입술 안쪽으로 동그랗게 상처가 생기고, 랄라가 혀가 아프다는 걸 보면 아마 혓바늘도 좀 돋은 것 같아. 우리 랄라가 좋아하는 초콜릿 컵케이크에 파워레인저 생일 케이크까지 엄마랑 아빠가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준비해 놨는데, 랄라가 막상 한 입도 못 먹게 되면 어쩌지… 아까 저녁에 밥 먹을 때 랄라가 엄마 무릎에 엉덩이를 올려놓고, 아빠 허벅지에 랄라 두 다리를 뻗고 잠시 기대어 있었잖니? 그렇게 엄마한데 몸을 기대고 안겨있는 우리 랄라의 느낌이 아직도 아가 더구나. 유치원생이 되어도 아프거나 힘들 때 엄마 품에 랄라를 맡겨줘서 고마워. 엄마에게 그런 순간들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소중하단다.
엄마도 오늘 랄라가 엄마 품을 찾아든 것처럼 할머니 품에 왕 할머니 품에 안기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렇게 떨어져 살고있으니 어리광도 피울 수 없어서 엄마가 자꾸만 아빠한데 기대게 되나 봐. 우리 랄라는 이제 엄마의 이런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구나. 랄라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지혜와 또 그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마음과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귀를 쫑긋 세워 누구의 말이건 경청하는 훌륭한 습관을 가진 어린이란다. 이런 랄라의 장점들은 감히 알파벳이나 덧셈을 잘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것들이야. 이렇게 착하고 어진 어린이로 자라고 있는 랄라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는 큰 행복이란다. 알고 있지?
별을 사랑하는 랄라야.
사실 이번 생일날 아빠가 랄라에게 천체 망원경을 사주고 싶어 하셨는데, 다섯 살인 랄라에게 딱 어울리는 물건을 찾지를 못했단다. 아마 아빠는 계속 천체 망원경을 찾으러 다니실 거야. 아빠는 랄라를 위해 하늘에 걸린 달님도 별님도 따다 주실 만큼 랄라를 사랑하니까... 우리 랄라는 이미 자연을 그대로 바라보며 즐기고 감사하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아빠가 그런 랄라의 마음을 읽으셨나 봐. 올해는 멀리 한국에 계신 갤러리아 팰리스 할머니랑 할아버지께서도 랄라에게 아주 멋진 선물을 준비해 주셨단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면 엄마 아빠가 준비한 선물과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마련해 주신 선물들과 기쁜 마음으로 만나자.
햇살 같은 랄라야.
엄마는 5년 전 랄라를 처음 만났던 순간과 같은 감동으로 매일 랄라에게 아침인사하고 있는 거 아니? 그만큼 랄라는 엄마에게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아가란다. 나의 천사. 나의 보물. 나의 사랑.
랄라야. 생일 많이 축하한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