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랄라에게
너의 눈부신 열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엄마는 가끔 잠든 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십 년 전 뱃속에서 발가락으로 꼬물꼬물 엄마를 간지럽히던 너의 흔적을 아직도 느끼고는 한단다. 아마도 엄마의 각별한 랄라의 발에 대한 사랑은 이미 그때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구나. 엄마는 랄라의 사랑스러운 발가락을 보면서 아기 옥수수알을 떠올리기도 하고, 작은 알사탕을 떠올리기도 했었단다.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엄마 손 한 줌 밖에 안되던 우리 랄라의 발은 엄마의 슬리퍼를 신어도 얼추 맞을 만큼 자랐구나. 며칠 전 너의 보드라운 속옷과 운동화를 정성껏 세탁한 뒤, 맑은 가을 햇살 아래 펼쳐놓으며 엄마는 랄라의 성장이 얼마나 신비롭고 감사한 일인지 하나하나씩 마음에 깊이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더랬다.
랄라야. 너의 건강한 몸과 마음, 너만의 사랑스러운 향기, 너의 비단 같은 윤기나고 아름다운 머릿결, 너의 밝고 빛나는 웃음, 너의 쫄롱쫄롱 배, 너의 따뜻한 가슴, 너의 곧은 자신감, 네가 스스로 쌓아가고 있는 지혜, 드디어 십 대의 정원에 첫 발을 들여놓는 너의 설렘, 너의 유쾌한 유머, 네가 몇몇 친구에게 꼭 지키고자 하는 신의, 너만의 스타일, 너의 확고한 도덕관, 집에 혼자 남게 될 엘리를 위해 여행을 포기하는 마음, 너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칭찬을 위한 선행이 아닌 순수한 선행, 너의 예리한 관찰력, 너의 풍부한 관심사와 호기심, 너의 왕성한 식욕, 잠든 너의 고운 모습, 너의 존재 그 자체 모두가 감사하지 않을 수 없구나.
랄라야. 네가 세상에 나오기 약 한 달 전부터 엄마는 악몽에 시달렸단다. 랄라가 혹시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지나 않을까, 신체 어느 부위에 큰 상처를 입고 태어나지는 않을까, 어떤 미세한 과실로 랄라가 근육질환이나 심리적인 질병을 안고 태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여러 밤 잠을 설쳐야 했단다. 지금 뒤돌아 생각해 보면, 엄마도 당시는 아직 어린 어른이었나 봐. 입으로는 모든 생명이 존귀하다고 말하면서도, 엄마 마음속에 우리 아가만큼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태어나 엄마 품에 안기기를 바랐던 거니까 말이야. 랄라야. 십 년 전 엄마의 모습과 지금 엄마의 모습이 사뭇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니? 지금의 엄마는 머리와 가슴이 일치되어 가고 있고, 불평과 불만보다는 감사와 만족이 앞서고 있고, 막연한 이상주의자가 아닌 냉철한 낙관 주의자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야. 지난 십 년 동안 랄라가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면서, 엄마에게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랄라의 눈부신 성장과 함께 엄마도 한 인간으로 성숙해지는 행운을 얻은 거란다. 랄라야. 고마워. 이 말 꼭 해주고 싶었단다.
랄라야.
엄마의 영원한 아가. 엄마의 미미 베어.
우리 랄라는 오늘 한 자릿수의 나이와 영원히 이별하는 거라는 거 알고 있니? 엄마가 말했지. 모두의 생일은 특별하고 소중한 거라고... 앞으로 다시는 한 살, 두 살, 세 살,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여덟 살, 아홉 살의 랄라가 될 수 없기 때문이야.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거꾸로 나이를 먹을 수는 없는 거라는 진리를 랄라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지? 그래서 엄마는 늘 랄라에게 “이 순간을 즐기렴” “이 순간에 감사하렴”이라고 말하는 거란다.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남과 비교하고, 습관적 푸념을 늘어놓다가, 결국은 오래전부터 자신만이 가지고 있던 소중한 보물을 느끼고,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엄마는 자주 보아왔단다. 그러기에 엄마는 랄라에게 예리하고 명석한 두뇌로 시비를 가리는 삶이 아닌, 맑은 물결처럼 순간순간의 느낌을 올곧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깨어있는 삶을 가꾸어 가길 소망한단다. 그리고 Robert Browning 의 격언처럼 책과 벗하며 지혜의 샘을 마시고, 너의 영혼의 음악이 되어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찰나에 지나지 않는 인생이기에 더더욱 사랑하며 살아가길 진심으로 소망한단다.
나의 아가.
지나온 십 년 동안 랄라와 함께 쌓아온 아름다운 추억만으로도 엄마는 행복해서 가슴이 벅차지만, 우리 랄라가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해 나갈 앞으로의 십 년에 대한 설렘과 흥분으로 또 한번 엄마의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단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누군가를 순수히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엄마는 랄라를 키우면서 처음 경험했기에, 랄라가 엄마 딸인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지 모른단다. 먼 훗 날 랄라도 사랑스러운 아기의 엄마가 되는 아름다운 경험을 해볼 수 있게 되겠구나. 우리 랄라의 품에 정말 작고 귀여운 아기가 안겨있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너무 예뻐서 너희들을 볼 때마다 울보 엄마/할머니가 되어 버릴 것 같아.
랄라야. 앞으로 너의 삶 속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가져다주는 다채로운 경이로움과 맑은 영혼이 함께 조화를 이루기 바라며, 다시 한번 너의 눈부신 열 살 생일을 축하한다.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