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랄라에게
이제 여덟 번째의 생일을 맞이하게 되는 나의 소중한 아가야. 우리 랄라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랄라가 엄마의 뱃속으로 찾아온 그 순간부터, 엄마는 난생처음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지. 늘 받는 사랑에 익숙해져 있던 엄마에게 우리 아기의 존재는 사랑은 주면 줄수록 행복감은 더욱 커지는 것이라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 주었단다. 랄라가 태어난 이후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점점 커져만 가는 랄라를 향한 사랑이 신비로왔어. 그건 엄마에겐 아주 경건하고 숭고한 경험이었단다. 우리 랄라도 이다음에 예쁜 아기의 엄마가 되면 지금 엄마의 표현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랄라의 엄마로 살아오는 8년 동안 엄마는 다른 아이의 엄마가 아닌, 우리 랄라의 엄마 일수 있어서 행복했고, 자랑스러웠고, 즐거웠었어. 그래서 랄라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구나. 무엇보다도 태어나서 오늘까지 큰 병치레 없이 건강히 자라준 점, 밝고 명랑하게 자라준 점, 항상 웃는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해 주는 점, 스스로의 감정에 숨김없이 솔직한 점,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남을 즐겁게 해주는 유머를 지닌 점, 개구쟁이지만 늘 자신의 주변은 깔끔하고 정갈하게 정리정돈하는 습관을 가진 점, 이미 경청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점, 몸과 마음 모두 균형 있게 성장해 주고 있는 점, 그 밖에도 랄라에게는 수많은 장점들이 있단다. 물론 엄마는 랄라의 이런 좋은 점들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엄마는 랄라의 단점들이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방향으로 고쳐지고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때 가장 뿌듯하고 랄라가 자랑스러워. 그리고 랄라의 숨은 노력을 진심으로 존중한단다.
엄마는 랄라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엄마가 일방적으로 랄라에게 무엇을 시키거나 가르치는 게 아니라 랄라랑 같이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단다. 랄라가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아. 그때는 랄라가 아주 어렸고, 웃고 우는 것 말고는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으니까, 엄마는 랄라의 눈 빛 하나, 손 짓 하나도 쉽게 스쳐보낼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랄라를 살피었었지, 그렇게 엄마는 8년 더 나이를 먹었고, 우리 랄라는 8년이 지나 지금은 그때 엄마가 랄라를 대했던 것처럼 엄마의 눈 빛 하나, 손 짓 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심을 가져주는 따뜻한 소녀가 된 거야. 엄마는 엄마 혼자서만 우리 랄라와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엄마의 자만이며 착각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엄마를 바라보는 랄라의 눈빛을 보며 깨닫고 있단다. 차분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난 8년간 랄라도 꾸준히 엄마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열심이었던 거야. 더 빨리 랄라의 노력을 엄마가 알아줬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등을 토닥여줘서 미안하구나.
엄마가 좋아하는 프랑스 시인 장 루슬로 의 <세월의 강물>이라는 시가 있는데, 엄마는 랄라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시를 자주 떠올리곤 한단다. 랄라의 성장이 아름다운 이유는 랄라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잘 걸어가고 있다는 거야. 때로는 뛰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지. 때로는 꼼짝 않고 한 곳에 바위처럼 서있기도 하고, 때로는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 볼 때도 있어. 하지만 랄라야. 우리 랄라에게는 의지와 신념이 있다는 걸 엄마는 잘 알기에 랄라가 조금 늦게 가도 조금 빨리 가도 마음이 조급하거나 불안하지 않단다. 아마 이걸 사람들은 믿음이라고 하는 거겠지? 그래 엄마는 랄라를 믿어. 그리고 랄라의 선택을 존중한단다.
<세월의 강물>
장 루슬로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도우려 들지 마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마라.
강물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풀과 돌, 새와 바람, 그리고 대지의 모든 것들처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너의 말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의 문제들을 가지고
너의 개를 귀찮게 하지 말라.
그는 그만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랄라가 두세 살 됐을 무렵 낮잠을 잘 때, 창밖에 비가 내리면 엄마는 빗소리를 들으며 랄라가 멋진 숙녀로 성장할 날들을 머릿속에 그려보곤 했어. 그리고 먼 훗날, 이렇게 비가 내리면 아름답게 성장한 랄라와 마주 앉아 서로 좋아하는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간절히 기원했었지. 상상만으로도 엄마는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었어. 그때만 해도 꿈처럼 느껴지던 것들이 이제 곧 현실로 이루어질 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요즘 들어 느끼곤 해. 그래서 엄마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소리가 들려. 훗 날, 우리 랄라는 어떤 시인의 작품을 좋아할까? 랄라와 엄마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랄라는 어떤 취향의 차와 커피를 즐겨 마실까?
아… 너무 행복해. 랄라야.
랄라가 태어나 줘서, 엄마의 인생은 훨씬 더 감미롭고, 아름답고, 충만해졌단다. 엄마는 랄라가 랄라다움을 잃지 않고 자라주길 바래. 그 한 가지가 엄마가 랄라의 여덟 번째 생일에 해주고 싶은 유일한 당부란다. 랄라야. 생일 축하해. 사랑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