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0, 2014

랄라는 일곱 살



나의 사랑 랄라에게

랄라의 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해.

이사 와서 처음 맞이하는 생일이라 엄마 마음이 새롭기도 하고, 랄라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과 그보다 많은 기특한 마음을 가지고 랄라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어. 4개월 전에 랄라는 정든 집과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랄라가 사랑한 미래를 캘리포니아에 남겨둔 채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와야 했었기에, 준비된 이별이었지만, 여린 마음으로 이별을 겪어낸 랄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구나. 랄라가 아직도 캘리포니아의 생활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음을 엄마가 잘 알고 있으니까 더더욱 그래.

하지만 랄라야. 새 환경 속에서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준 랄라가 엄마는 너무나 기특하고 자랑스러워. 익숙지 않은 이곳의 무더운 여름을 랄라는 스스로 잘 이겨냈고, 틈틈이 동네에서 친구들도 사귀고, 개학을 하면서부터는 아주 자연스럽게 새 학교 친구들과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했으니까… Mrs. Williams께서 우리 랄라를 뭐라고 말씀하셨냐면, “She is such a lovable child.”라고 하셨어. 엄마 아빠 눈에만 사랑스러운 랄라가 아니라, 랄라를 처음 만나보신 선생님께도 랄라의 사랑스러움이 느껴졌다는 말씀이 엄마에게는 우리 랄라가 공부 잘한다는 칭찬보다 더욱 값지게 느껴졌음을 랄라는 이미 알고 있으리라 믿어.

작년 생일까지는 엄마가 랄라가 아기였을 때부터의 일들을 회상하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들, 랄라와의 추억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했는데, 올해 생일에는 왠지 아기 랄라의 모습들보다는 지난 일 년 동안 부쩍 자립심과 자아에 눈을 떠온 랄라의 눈부신 성장만이 떠올려지는 건 왜일까? 이제 랄라를 생각하면, 엄마는 가슴이 활짝 펴지고, 더욱 당당해지고, 마음 저 깊은 곳부터 아주 든든한 기분이 드는걸. 랄라의 키만큼 랄라의 생각도 훌쩍 커버린 일 년.

랄라야 기억나니?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 오던 날. 엄마랑 아빠랑 새 집 계약을 해야 돼서 우리가 묶던 호텔로 달아 고모랑 Uncle Darryl께서 랄라를 돌보러 와주셨잖아. 원래 그날 두 분은 랄라를 데리고 수족관이나 동물원을 구경시켜 주시려고 그랬었는데, 랄라가 한사코 호텔 안에서만 있겠다고 했나 봐. 그날 밤 우리 가족 셋이 나란히 침대에 누웠을 때 랄라가 아빠한데 한 말 기억나니?

랄라: “아빠 내가 왜 호텔에서만 있었는지 아세요?”

아빠: “왜? 랄라야?”

랄라: “우리 모두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안돼서 동네를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엄마랑 아빠랑 알고 있는 곳이 호텔밖에 없는 거 같아서, 내가 멀리 다른 동네로 구경 가면 엄마 아빠가 랄라 못 찾고 걱정할지도 모르고, 우리가 빨리 못 만날 수도 있어서 랄라가 호텔에서만 있었던 건데… 아빠 몰랐죠?”

아빠: “우리 랄라가 그런 생각도 할 수 있었구나. 그럼 랄라가 엄마 아빠 생각해서 호텔에서 있어준 거구나. 아이 착해라.”

사랑하는 랄라야.

아빠는 그날 랄라의 마음 씀씀이에 아주 큰 감명을 받으셨다고 말씀하셨어.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한데 아직도 그날 이야기를 해주신단다. 랄라가 아무리 말썽꾸러기라고 해도 아빠는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주 따뜻해진다고 그러셨어. 랄라의 이런 마음이 앞으로의 삶에 가장 귀중한 보물이 될 거야. 지난해 생일 편지에는 엄마가 랄라에게 크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없다고 했는데, 올해는 몇 가지 부탁하고 싶구나.

첫째.

랄라의 말투가 또박또박하고 분명한 건 좋지만, 조금은 도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단다. 부드럽고 온유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자. 엄마에게도 이런 성향이 있기에, 랄라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할 때 엄마는 뜨끔하고 놀라게 된단다. 엄마의 부족함이 랄라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말이야. 그러니까 이 과제는 우리 둘이 함께 풀어가 보자. 알았지?

둘째.

지난해에도 말했듯이 사람은 더불어 사는 거란다. 그러기에 나와 남의 다른 점을 편견이나 배타적인 자세를 가지고 바라보면 두 사람 모두 상처를 받게 되는 거야. 우리 랄라는 다행히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이해심이 깊어서, 그런 면은 엄마가 염려하지 않지만, 랄라가 앞으로는 물러설 줄도 아는 아량을 좀 더 키워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단다.

우리 랄라는 Justice 와 Peace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그랬지? 랄라는 정의감과 사명감이 뛰어나서 언제 어디서든지 뜻을 굽히지 않고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야 하는 순간에는 놀라운 용기를 발휘해 내는 아이라는 거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랄라야, 앞으로 나아갈 때 쓰는 힘만큼 때로는 뒤로 물러나주는 진정한 용기와 이해가 필요하단다. 그래야 랄라가 좋아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함께 참여하게 되는 거야.

일곱 살 난 랄라에게 이런 당부를 하는 건 엄마의 욕심이 아니냐고 남들은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엄마는 알아. 우리 랄라가 지금 엄마가 하는 말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어린이라는 것. 하루아침에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모두 배워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조금씩 노력해야지 나중에 랄라가 자연스럽게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끼게 될 수 있기에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그럼 이제 엄마가 지난 일 년간 랄라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야기해줄게.

첫째, 우리 랄라가 함께 게임을 하면서 남들과 이기고 지는 결과가 아닌, 함께 하는 과정에 더욱 의미를 두게 되었다는 점이야. 이전에는 꼭 랄라가 이겨야지만 재미있다고 했었는데, 이제 랄라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점이지. 우리 랄라가 남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웃고, 도와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직하게 규칙을 엄수하려고 하는 그 자세가 아주 훌륭한 거란다. 엄마는 그런 랄라가 많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둘째, 우리 랄라가 한국에 대한 자긍심과 관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거야. 이 점은 엄마가 랄라를 존경하는 부분이야. 랄라는 엄마보다는 나이가 어린 꼬마 숙녀지만, 랄라가 친구들과 이웃에게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고, 그 들로 하여금 이해와 존중을 끌어내는 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단다. 엄마 생각에는 그건 다름 아닌 랄라의 건강한 자아존중감이라고 생각되는구나.
 
랄라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나아가 가족을 사랑하고, 랄라가 속해있는 사회 그리고 우리나라 한국을 사랑하는 걸 거야. 이런 랄라의 좋은 면들이 더욱더 성장할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옆에서 많이 격려해줄게.

랄라야.

너의 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너의 건강에 제일 먼저 감사하고,
너의 독특함, 재치, 따뜻한 마음, 건강한 자아, 그리고 사랑스러움에 감사한다.

엄마는 매일 아침 도시락 편지를 쓸 수 있는 딸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
그런데 그 딸이 랄라여서 더욱 행복해.
랄라의 탄생으로 엄마는 매일매일 더 많은 사랑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어.
그래서 엄마는 늘 랄라에게 고마워.
랄라 때문에 엄마의 삶의 폭이 넓어졌고, 사고의 깊이가 깊어졌거든.

사랑한다. 랄라야.

먼 훗날,
엄마가 랄라가 만져볼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 후에도
매일매일 너의 귓가에 사랑한다는 말이 맴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