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18, 2014

그리운 할머니



그리운 할머니,

이제 내일모레면 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2년을 맞이하게 돼요. 저에게는 너무도 아픈 나날들이었지만, 시간은 자연의 한 조각인 양 흐르는 물처럼 멈추는 법이 없더라고요. 많이 울고 많이 그리워하고 아쉬움에 힘들어하는 순간 속에서 저의 감정들도 유수 같은 시간들과 함께 흘러 이제는 잔잔한 물결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태어남과 죽음에 대한 생각,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의미를 다시금 마음에 묻고 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도 할머니께서 저에게 주신 선물이에요.

이틀 시골 어느 도량에 머물고 계신 스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착한 정배가 긴 시간 운전을 해서 저를 실어다 주었고요. 스님께는 너무 죄송하게도 무려 30분이나 늦어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지만, 스님은 평온한 모습으로 저희를 반겨주셨습니다. 나뭇결이 예쁜 다실에 올라 그림같이 아름답게 펼쳐진 산들과 포근한 하늘을 보니 할머니께서 함께 하시지 못함이 죄스럽고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을 통해 마음을 챙기는 과정들을 전해 들으면서 서서히 할머니의 맑은 영혼이 저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좋았습니다. 할머니 사진도 스님께 보여드렸는데, 고우실 뿐만 아니라 이지적이고 세련되고 품격이 있어 보이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우리 할머니는 학 같은 분이셨다고. 할머니의 꼿꼿함, 할머니의 지혜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연히 스님께서도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애틋한 정을 나누신 추억이 있으신지라, 저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주셨어요. 당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도 해주시고, 스님의 할머니께서 임종하시던 날 이야기도 해주셨지요. 그리고 저는 또 울었습니다. 타인에게 할머니와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 저는 이상하게도 감정이 더욱 복받치는지 자주 울게 돼요. 할머니가 그런 제 모습 보시면 맘 편해하지 않으실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눈물이 흐르네요. 언젠가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눈물을 앞세우기보다는 잔잔한 마음의 고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는 날도 오겠지요.

할머니. 잘 계시죠? 엄마도 오늘 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보이셨어요. 할머니. 육신의 고통은 모두 떨쳐 버리셨나요? 맑은 영혼으로 할머니께서 저희들 곁에 머물고 계시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가끔 있어요. 할머니는 바람이 되기도 하고, 청아한 풍경소리가 되기도 하고, 구름이 되기도 하고, 별이 되기도 하죠.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 내일 랄라 데리고 아빠랑 할머니 뵈러 산소에 가요. 스님께서 나눠주신 시루떡도 가지고 갈 거예요. 할머니 맛보시라고요. 할머니께서 평소 좋아하시던 향이 아름다운 이곳 어딘가에서 피워질 것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할머니도 좋아하실 거예요.

할머니. 저는 할머니가 저에게 주신 크나큰 사랑에 항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데로 무조건적인 사랑과 절대적 신뢰를 주는 누군가가 한 개인의 인생에 있고 없음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나이를 먹을수록 할머니의 사랑에 더욱 깊이 고개 숙여집니다. 할머니. 우리 영원히 사랑하고 서로 아껴주면서 살아가요. 할머니는 항시 저와 함께 계십니다. 저의 마음이 늘 할머니 품 안에서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