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11, 2014
랄라는 열한 살
사랑하는 랄라에게
우리 랄라가 열한 살이 되었구나.
중학생이 된 후 맞이하는 첫 생일에, 친구들이 랄라의 사물함을 얼마나 예쁘게 꾸며 놓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설레는 너의 싱그러움에 엄마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단다. 중학교에 입학하더니 부쩍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 랄라가 엄마는 기특하고 대견하면서도, 가끔은 너무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가 네게 숨을 고를 틈도 주지 않고 가차 없이 밀려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될 때도 있단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단다. 말없이 흐르는 강물도 때로는 급물살을 타기도 하고, 때로는 호수처럼 잔잔한 모습을 드러내듯이, 너의 배움의 강물도 그렇게 흐르고 있는 것 일 뿐이라고 말이야.
무엇보다도 다행스럽고 감사한 건, 랄라가 지금처럼 앞으로도 당당하고 유연하게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나가리라는 신념을 엄마 가슴에 깊이 심어주었다는 거란다. 그런 굳건함이 튼튼한 뿌리가 되어 랄라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와주리라는 것도 엄마는 잘 알고 있단다.
랄라의 열한 살 생일을 맞아, 엄마는 얼마 전 네가 활동하고 있는 합창단의 첫 공연을 관람하러 갔던 날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구나. 너의 어떤 모습이 사랑스러웠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첫째, 참새가 지저귀듯 작은 입을 봉긋봉긋 움직이며 음악의 선율과 하나가 되어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하던 랄라의 모습. 둘째,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지휘자 선생님의 몸 짓 하나 손 짓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랄라의 모습. 셋째, 옆자리에 서있는 친구가 잠시 솔로 파트를 노래하기 위해 무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너의 옆자리로 돌아갈 때, 천천히 손을 흔들어 친구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밝은 얼굴로 도와주던 랄라의 모습. 넷째, 평소에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장난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네가, 다른 합창부원들이 공연하는 시간 내내 단 한 번의 미동도 없이 그들의 노래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손뼉을 치며 열심히 격려하던 랄라의 모습. 다섯 번째, 몸이 불편한 친구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그 친구의 보폭에 맞춰 복도를 걸으며 환한 웃음을 주고받던 랄라의 모습.
랄라야. 이런 너의 모습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너무도 행복하고, 뿌듯하고, 감사하단다. 우리 랄라의 귀여운 앞모습만큼이나 향기로운 뒷모습을 만날 때마다, 그리고 엄마가 아직 모르고 있었던 랄라만의 아름다운 면면들이 시시각각 꽃망울이 터지듯 눈앞에 펼쳐질 때마다, 엄마는 늘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뇐단다. '랄라야. 사랑해. 고마워.' 그리고 너의 순수한 영혼이 부드럽게 엄마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엄마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강렬한 꿈틀거림을 느끼곤 하지. 그래서 자식은 부모의 스승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항상 약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보호해 주려는 너의 마음, 친구와 맺은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너의 진중함,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도 너만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꿋꿋함,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타인의 다른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너의 열린 마음, 갈 곳을 잃은 작은 벌레에서부터 주인을 잃고 헤매는 강아지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너의 자비로움.
어젯밤 랄라가 이런 이야기를 했지? “엄마, 아기 생일날은 엄마에게 고맙다고 하고, 엄마의 날에는 아기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왜냐면 아기는 엄마 때문에 태어났고, 엄마는 아기 때문에 엄마가 되었으니까요.” 엄마는 이런 말을 해 주는 랄라가 엄마 딸이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것 알고 있니?
우리의 아름다운 인연이 시작된 소중한 날.
우리 아가의 열한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맙고, 매일매일 샘솟는 행복을 선물해 줘서 고맙고,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맙구나. 빛나는 랄라의 건강과 함께 한 방울 두 방울 맑은 지혜도 마음 그릇에 담기길 바라며, 오늘도 엄마는 어제보다 더 큰 사랑으로 너를 가슴에 담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