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11, 2014

랄라는 열두 살



나의 사랑! 랄라에게

며칠 전에 랄라가 엄마한데 말한 것처럼 공식적인 Teen으로 입성하는 신고식을 한 해 앞둔 랄라가 아주 특별한 열두 살의 생일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랄라야! 소중한 너의 생일을 축하한다. 얼마 전 랄라는 이런 질문도 했었지. “엄마는 랄라가 몇 살 때 제일 좋았어요?” 어느새 우리 랄라와 함께 해온 십이 년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엄마는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엄마의 답변이 지금 랄라에게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엄마는 꼭 몇 살 때의 랄라가 제일 좋았노라고 답해줄 수가 없구나. 그 이유는 랄라가 이다음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지금 이 편지를 다시 읽으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어질 거야. 랄라야, 엄마는 우리 아가가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때부터 이렇게 열두 번째의 생일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랄라를 많이 좋아했고 앞으로도 계속 너를 사랑할 거야.
 
올해 랄라의 열두 살 생일을 맞이하면서 엄마가 진심으로 랄라를 칭찬해주고 싶은 몇 가지가 있어. 첫째는 랄라가 올여름 한국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배려 깊고 온정이 느껴지는 손녀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낸 점. 둘째는 치아 교정기를 착용하게 되면서 랄라가 평소에 몹시 좋아했던 껌이나 젤리류의 사탕들을 못 먹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주의사항을 잘 지키고 있는 점. 셋째는 친구들의 성공을 나의 일처럼 기뻐하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점. 물론 랄라는 엄마가 칭찬을 하면 늘 손사래를 치면서 엄마가 딸이어서 마음대로 좋게 해석한다고 하겠지만, 엄마는 우리 랄라를 12년 동안 곁에서 지켜보면서 랄라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인지, 공치사나 눈속임이 없는 순수하고 정직한 마음을 가진 아이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단다. 그래서 늘 그런 랄라가 고맙고 대견하고 자랑스럽단다.
 
랄라야. 엄마가 사랑하는 가을. 얼마 전부터 랄라도 가을을 사랑한다고 했지? 그런 말을 들으면 엄마는 왠지 가슴이 막 떨려. 우리 랄라와 함께 가을만이 가진 느낌과 향기 그리고 그 아름다운 정서를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거든. 엄마가 이런 면이 좀 호들갑스럽잖니. 랄라가 이해해줘. 얼마 전에 엄마가 아침에 요가를 마치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서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데 <Hotel California> 음악이 나오는 거야. 그래서 무심코 머리를 말리면서 듣고 있었는데, 수 십 년간 그냥 엄마 귀를 스쳐 지나가던 가사가 이번에는 엄마 가슴에 콕 박히는 듯한 느낌을 경험했어. 엄마가 랄라와 나누고 싶은 부분은 이 대목이란다.
 
“How they dance in the courtyard, sweet summer sweat.
Some dance to remember, some dance to forget.”
 
엄마는 몇 번씩이나 같은 음절을 되뇌는 자신을 발견했어. 그러면서 산다는 것은 절실히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한, 그리고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잊기 위한 무던한 노력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 대상이 사람이건, 꿈이건, 물건이건, 추억이건… 엄마가 어릴 적에는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한 갈망은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무언가를 잊기 위한 몸부림은 미움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날 아침 이 소절을 듣는 순간, ‘기억하고 싶은 마음도 잊고 싶은 마음도 모두 한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전의 양면처럼 사랑의 양면을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험을 했어. 이런 깨달음과 함께 경건함과 신비함의 전율이 온몸에 전해졌단다. 지금 엄마의 이야기가 너무 형이상학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훗날 랄라도 인생의 연륜이 쌓이는 나이가 되면 어느 날 문득 엄마가 느낀 이런 잔잔한 울림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한 마디 남긴다.
 
랄라는 랄라의 방식대로 당당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춤을 출 때는 단지 춤추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도록 하고, 밥을 먹을 때나, 일을 할 때, 말하고 들을 때 모두 한결같이 그 순간순간 깨어있는 랄라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랄라는 그럴 수 있는 자질이 충분히 있고, 크고 작은 좋은 습관이 이미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엄마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

랄라야.

엄마의 사랑스러운 딸. 입으로는 곧 사춘기가 올 거니까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랄라를 보면서 어떻게 엄마가 우리 아가를 꼬옥 안 안아줄 수 있겠니? 엄마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우리 랄라를 임신하고, 건강하게 출산하고, 곁에서 보살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매 순간 감사한다. 랄라의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유쾌한 유머와 싱그러운 웃음만으로도 랄라는 엄마에게 너무도 많은 행복을 선물해 주었단다. 고마워.

랄라 고유의 향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숙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엄마가 응원할게.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A person who has good thoughts cannot ever be ugly. You can have a wonky nose and a crooked mouth and a double chin and stick-out teeth, but if you have good thoughts it will shine out of your face like sunbeams and you will always look lovely.”

- Roald Dah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