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4, 2015
祝賀
사랑하는 랄라에게
우리 랄라 지금쯤이면 점심 식사 중이겠구나. 랄라가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앞에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웃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햇살 같은 랄라가 엄마의 딸이어서 더욱 감사하게 느껴지는 고요한 겨울날이기도 해.
내일은 엄마가 평소보다 일찍 랄라와 함께 학교에 등교해야 하는 날이란다. 우리 랄라가 우등상 표창을 받게 되어서 표창식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지. 물론 중학교 입학 후부터 지금까지 랄라는 계속 좋은 성적으로 표창을 받아왔지만, 엄마에게 이번 랄라의 우등상 수상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편지를 쓴다.
랄라야. 엄마는 얼마 전에 Arun Gandhi의 "비폭력주의"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읽고 요점 정리를 한 랄라의 과제물을 읽으며 큰 감명을 받았단다. 요즘 랄라는 사회 시간에 동남아시아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기에 인도, 중국, 한국, 베트남, 일본의 역사, 종교, 정치에 대해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단다. 얼마 전부터 랄라는 북한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고, 지난 주말에는 북한 주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직접 찾아와서 엄마에게 함께 보자고 권하기까지 했지? 탈북자에 대한 인권문제와 우리나라의 통일에 대해서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는 랄라를 지켜보며 엄마는 정말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여러 번 느낀다. 랄라가 스스로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배우고 익히는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역사적 사실에 눈을 뜨고, 다시 고민하고 진지하게 사유하는 너의 모습이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대견하구나.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얼마 안 돼서 랄라는 엄마한데 조금은 생뚱맞은 이야기를 꺼냈었지. “엄마 이번 학기에는 랄라가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모두 A를 맞을 거예요." 랄라도 이미 알다시피 엄마도 아빠도 랄라에게 어떤 특정적인 성적을 강요한 적이 없었기에, 엄마는 그때도 랄라에게 그런 부담스러운 목표를 정하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라고 이야기해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런 엄마에게 랄라는 아주 확고하게 이번 학기에는 꼭 모든 과목에서 A를 맞겠노라고 힘주어 말했었지. 엄마는 조금 의아하기도 하고 갑자기 랄라가 왜 성적에 욕심이 생긴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었어. 심각해진 엄마를 보면서 랄라는 솔직하고 명료한 대답을 내놓았지. “그냥 엄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나도 노력하면 All A를 맞을 수 있을 거 같아서 한 번 시험해 보려는 거예요. 일단은 그 목표를 향해서 최선을 다 해볼 거예요. 목표를 못 이루었다고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아요. 그런데 그냥 내가 해보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엄마는 걱정 안 해도 돼요.” 마치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듯 너는 그렇게 시원한 목소리로 엄마한데 이야기했지.
그리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고, 랄라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 그건 엄마가 누구보다도 잘 알아. 왜냐면 엄마가 랄라 공부하는 동안 늘 함께 깨어있었으니까 말이야. 엄마는 지난 몇 달동안 랄라의 잠자는 시간 때문에 몇 번 목소리를 높여야 했었고, 랄라는 그런 엄마를 설득하느냐 조금은 우스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었지. 빨리 자라는 엄마와 공부를 조금 더하고 늦게 자겠다는 랄라.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밤의 적요함 속에서 엄마는 책을 읽고, 랄라는 침대에 기대앉거나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던 모습과 느낌이 너무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단다. 그래서 고마워.
랄라가 지금보다 어릴 적에는 엄마가 항상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었던 거 기억하지? 그런데 랄라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우리만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랄라가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엄마한데 이야기해 주는 시간으로 바뀌었잖니? 그리고 중학생이 된 후 랄라는 많은 숙제와 시험들 때문에 보다 많은 저녁시간을 공부를 하면서 보내게 되었지. 엄마는 랄라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어. 우리 랄라의 공부를 엄마가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되도록이면 랄라가 공부하는 동안은 엄마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면서 같이 깨어있기로 말이야. 그냥 랄라와 함께 고요한 밤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단다. 은은히 들려오는 엘리와 루피의 방울 소리, 처마끝 풍경 소리, 스르륵스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 가끔 간식 생각이 나면 엄마를 부르는 랄라의 목소리, 랄라가 틀어놓은 나지막한 음악 소리. 어느 것 하나 엄마에게 소중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
내일이면 드디어 우리 랄라가 지난 몇 달간 열심히 공부한 증표로 표창장을 받게 되는구나. 엄마가 공공장소에서 너무 호들갑스럽게 소리 지르고 손뼉 치면 랄라가 쑥스러워할 것 같아서, 엄마는 오늘 따스한 겨울 햇살 아래서 우리 랄라를 생각하면서 글로 축하를 대신하기로 했어. 랄라의 A 학점도 물론 자랑스럽지만, 엄마는 랄라의 노력과 도전 그리고 책임 있는 행동이 더욱 값지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구나.
랄라야. 엄마가 물개 박수로 우리 랄라의 성취를 축하해 줄게!
엄마는 우리 랄라를 항상 응원하고 있어. 사랑해 랄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