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pril 27, 2015

餘裕



이제 입동도 지나,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기 시작한 첫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빨래를 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여유란 무엇일까?
"정신적/경제적/물질적/시간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음"이라고 사전에는 쓰여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커피 한 잔을 만들면서,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할머니 영정에 향을 피우고, 화단의 신선한 장미 몇 송이를 손질해 화병에 꽂아두고, 야옹이 밥과 물을 챙기고, 야옹이 화장실 정리를 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커피를 따르고, 읽고 있던 책을 펼친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시간적/공간적/정신적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삐-삐- 세탁기가 나를 부른다. 건조기에 넣어 말릴 빨래와 건조대에 걸어 말려야 할 빨래를 분류하면서, 또 한 번 "여유"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생각하는 여유란,

젖은 옷에 잡힌 주름 한번 두 손으로 탁탁 반듯하게 매만져주는 것.

베갯잇에 라벤더 향 다림질용 스프레이를 한번 슈욱-- 뿌려준 뒤 천천히 다림질해 주는 것.

야옹이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는 것.

커피를 마시기 전에, 커피 향을 먼저 느껴보는 것.

새벽과 아침이 자리바꿈을 하는 동안 빛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틀어주는 것.

그리고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면서 미소 지울 수 있는 것.

사과를 예쁘게 깎는 것.

빨간 사과는 어느 그릇과 가장 잘 어울릴까 한 번 생각해 보는 것.

할머니 영정 사진에 뽀뽀해 주는 것.

벽난로의 춤 추는 불꽃을 바라보는 것.

잠시 시간을 잊는 것.

행복도 그렇지만 여유라는 것도 각자 만들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滿足"의 담을 너무 무리해서 높이 쌓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바로 저 담장 너머에 사는 "餘裕"라고 불리는 친구를 우리 삶으로 초대하기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