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pril 20, 2015

노을


노을은 늘 아름답다.

밝은 햇살 가득하던 하늘에 순식간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는다면, 심히 당혹스럽고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내 달님이 고개를 내밀고 수많은 별이 하늘을 수놓겠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펼쳐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왠지 슬퍼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여명이 있기에 대지가 우리 눈앞에 서서히 깨어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숙연함을 느끼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듯이, 노을은 꿈결처럼 고운 빛으로 하늘을 물들이고, 아름다운 다리를 놓아 우리를 낮에서 밤으로 편안하게 건네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그런 노을 덕분에 우리는 어둠을 두려움이 아닌, 시간의 흐름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노을을 보고 있으면 하늘에 흐르는 강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을은 낮과 밤 어느 편에도 얽매이지 않고 유유히 흐를 뿐이다. 그래서 난 노을이 주는 그 '무소속' 감이 좋다. 그것을 '자유'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별의 순서에도 노을이 있었으면 한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이별은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가슴 한쪽이 배인 듯이 아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우리 모두 상대에게 이별을 먼저 고하기에 앞서 서로의 마음에 노을을 선물해주었으면 한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너와 나의 관계의 정의를 내려놓고, 오롯이 다양한 감정의 물감이 마음을 노을빛으로 물들이는 과정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잠시의 시간이 서로에게 허락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떠나는 이도 남는 이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추스르고 현실을 수용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어 새로운 여행길에 올랐으면 한다.

노을 저편으로 밤이 찾아오면 어둠도 함께 깊어지지만, 이내 시간은 흘러 여명이 밝아오고, 다시 환한 햇살 아래 모든 것이 깨어난다는 것을, 이별도 마찬가지여서 會者定離 만 있는 것이 아니라 去者必反도 뒤따라온다는 것을, 그러기에 오늘의 헤어짐이 결코 영원한 끝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에 물든 노을을 어루만지며 되새김질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