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랄라에게
나의 아가야. 오늘 랄라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시작을 알리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구나. 침착하고 지혜롭게 첫 월경을 알아차리고 자연스럽게 대처한 우리 랄라를 제일 먼저 꼭 안아주고 싶구나.
랄라는 태어나서 자라면서 굵직굵직한 성장의 변화를 겪을 때마다 늘 지금처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곤 했지. 한때 엄마는 너를 다그치지 않고 키운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살며시 우쭐대곤 했었는데, 그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 지난날들을 뒤돌아보니, 엄마가 랄라를 다그칠 필요가 없을 만큼 우리 랄라가 중요한 시기마다 적절하게 잘 성장해 주었다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단다. 고마워 랄라야!
오늘 우리는 함께 많이 웃고 즐겁게 지냈더랬지? 랄라의 초경 소식을 상담교육연구소에 출근하지 않는 월요일에 듣게 된 것 또한 엄마는 참으로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 랄라가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 랄라를 데리러 학교로 바로 갈 수 있었던 것도, 화창한 봄날 창문을 활짝 열고 랄라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도로를 달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시간에 우리 모녀만 백화점에서 예쁜 속옷을 고르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랄라만의 팔찌를 샀던 것도, 어느 하나 빠짐없이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리라 믿는다.
할아버지와 엄마가 좋아하는 최인호 작가의 어느 수필에 보면 사춘기의 딸을 지켜보며 적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작가의 마음이 지금 엄마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서 랄라와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한다.
"아아, 그렇다. 우리 다혜가 이제 봄나무가 되었다. 사춘기의 광기 어린 꽃봉오리가 툭툭 소리를 내면서 벌어지고 있다. 이 꽃이 만발하고 났다가 속절없이 지고 나면 다음엔 청춘의 신록이 우거질 것이다. 그러나 그 꽃이 만발했다 질 때까지의 긴 세월 동안 이 죄 없는 애비와 에미는 얼마나 속을 태우고 늙어갈 것인가.
바라옵건대 신이시여, 짓궂은 바람 건듯 불게 하지 마옵시고 못된 벌레 아예 멀게 하옵시고 그저 부드러운 햇볕과 따뜻한 봄비를 때맞추어 주옵시고 때가 만발하게 피었다가 경우 바른 손님처럼 미련 없이 훨훨 옷깃 떨쳐버리고 가옵시게 두루 보살펴주옵소서. 그리하여 눈부신 신록을 딸아이의 몸과 마음에 가득가득 피어나가 하옵소서."
오늘 아빠는 랄라의 특별한 날을 축하해 주기 위해 화사한 봄꽃을 한 아름 안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셨다는 것 랄라도 잘 알고 있지?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랄라는 장난스럽게 아빠의 선물을 받지 않겠다며 아빠와 잠시 몸싸움을 했단다. 랄라에게 그런 아빠가 계셔서 엄마는 감사하고, 아빠의 딸이 우리 랄라여서 엄마는 다시 한번 감사하지 않을 수 없구나.
아가. 나의 사랑.
우리 랄라에게는 랄라만이 지닌 인격과 인품이 있다는 것을 엄마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다지 긴 당부의 말은 필요 없을 것 같구나. 랄라의 건강한 성장을 축복하며, 몸과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숙한 랄라가 되리라 엄마는 믿는다.
사랑해. 우리 랄라!
2015.4.27. 월요일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