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18, 2015

가을 그리고 비



며칠 이곳은 비가 내렸다.

뒤뜰에 수북이 쌓인 낙엽 위로 11월에 내리는 보슬비를 바로 보고 있노라니, 마치 빗방울 하나하나가 떨어진 나뭇잎들에 골고루 입맞춤을 해주고 있는 듯했다. 타들어 가듯 바싹 마른 잎들은 아마도 이렇게 빗물로 목을 축이며 숨을 쉬나 보다.

나의 몹쓸 버릇 중의 하나는, 몫으로 떨어진 과제물이나 임무가 있으면, 그것을 마무리 짓기까지 자신을 너무 닦달한다는 것이다. 무언가에 몰두하게 되면, 너무도 순식간에 옹졸한 인간으로 변한다.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도, 작은 농담에 웃음 짓는 유머도 모두 사라져버리고, 랄라를 쓰다듬는 횟수도, 야옹이들을 빗질해주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렇게 지난 며칠을 강연준비로 냉혈인간처럼 보내던 중에 가을비를 만난 것이다.

새벽에는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마음을 두드리는가 싶더니, 동이 트고 어둠이 물러나자 잔디 위로 촉촉이 젖은 낙엽들이 마치 하나의 웅장한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하는 가느다란 비명과 함께 나는 하늘의 비와 땅의 낙엽이 온전히 하나가 되는 심상을 품었다. 아름다움에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바깥 경치를 구경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따뜻한 피가 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며칠간 쓰고 다녔던 냉혈인간의 탈을 벗을 있게 것이다.


맨발로 땅을 거닐 있다는 것은 나에게 더없는 축복이 아닐 없다. 빗소리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면, 이내 손으로 빗물을 받아 있다는 것도 감사 일이다. 바스락바스락 단풍이 뒹구는 소리를 들으며 좌선할 있는 것은 나에게 풍요이며, 텃밭에 심어진 보드라운 상추를 또각또각 따다 저녁상에 올릴 있는 것은 일상의 즐거움이다. 더군다나 고요한 밤에 달님 올려다보고, 읽고, 별님 올려다보고, 넘길 있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 없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품격은 반드시 값나가는 장신구나 화려한 가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배운다. 그래서 자연을 삼아 살아가는 이들은 더욱 담박해지려고 노력하며, 단출한 살림을 살고자 지혜를 모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도 많은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그보다 많은 양을 소비하고, 쉽게 싫증 내고, 버리고, 새로운 것을 구매하는 반복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가?


“I don't need very much now,"

said the boy,

"just a quiet place to sit and rest.

I am very tired."

"Well," said the tree,

straightening herself up

as much as she could,

"well, and old stump is good

for sitting and resting.

Come, Boy, sit down.

Sit down and rest."
 

And the boy did.

And the tree was hap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