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26, 2016

생일



오늘 나는 만으로 39살이 되었다.

한국에 있는 동생이 보내 생일 문자에 "언니 생일 추카행^^ㅎㅎ 내년이면 마흐.........ㅋㅋㅋ??" 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이에 둔감한 편인 같다. 친구들과 새해 인사를 나눌 , 대부분은 우리가 마흔이 됐다고 한숨을 쉬고는 했다. 어떤 친구는 조금이라도 오래 童顔의 미모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고, 어떤 친구는 마흔을 체념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고, 어떤 친구는 뭔가 조급해진다고 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나름대로 심층 있는 < 나이 마흔> 이론을 펼치고 있을 때도, 별다른 해석을 늘어놓지 않았다. 거꾸로 먹을 수는 없는 것이 나이이기 때문에매년 생일이 소중하고 특별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나이에 대해 더욱 둔감해지기 시작한 시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뒤부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목숨이 영원하기를 바라고, 나의 젊음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할머니께서 유서에 남기신 "인생이란 왔다 가는 것이 당연지사 나이가 많으니까 먼저 뿐이다."라는 말씀 속에 모든 진리가 담겨 있다. 물론 슬프게도 질병이나 사고로 나이가 많지 않아도 먼저 세상과 이별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나이가 적은 사람들을 앞서 세상을 떠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 중에는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농작물을 보살피고, 열매를 수확하는 과정도 부분을 차지하지만, 순간 변화하는 자연을 가까이 살피다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인생수업이야말로 최고의 수확이 아닐 없다. 만약 모든 생명체가 영원히 멸하지 않고 계속 존속해왔다면, 나에게는 세상에 태어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훗날, 내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씨앗이 심어지고 꽃이 것을 확신하듯, 또한 나보다 앞서 떠난 분의 자리를 잠시 빌려 세상 구경을 나왔음이 분명하다.

우리가 생일 미역국을 먹는 이유는, 아름다운 세상으로의 여행을 가능하게 도와준 엄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상기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 고통은 마취주사로 조금이나마 완화할 있다고 하나, 아이가 무사히 건강한 몸으로 품에 안겨지기까지 엄마가 느껴야 하는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은 어느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산고의 경험을 통해 사랑하는 아이와 대면을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잠시, 자신의 입맛과는 상관없이 아이를 위해 엄마가 들이켜야 했던 미역국은 도대체 사발이나 되었을까? 특히 모유 수유를 경험이 있는 엄마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꾸역꾸역 밀어 넣던 많은 미역국을!

애당초 이러한 엄마의 사랑과 희생이 없었더라면, 생일 자체는 존재할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실을 너무도 쉽게 그리고 빨리 잊고 산다.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지금 이런 말을 늘어놓는 것도 평생 만을 외치며 살아온 나의 이기심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고, 가장 고마운 엄마에게 가장 늦게 고마워하는 나의 모순에 대한 자책이기도 것이다오늘 생일을 맞아, 다시 우리 부모님께 감사한 , 아름다운 10.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에 나의 생일을 만들어 주신 점이다. 10월은 그냥 바라만 보아도 행복한 계절이다. 하늘은 맑고, 달빛은 청아하며, 바람은 청량하고, 한낮의 햇살은 온화하다. 모든 것들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특별하고 소중 천상의 선물이 아닐 없다.
201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