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직스러운 랄라에게,
오늘은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구나. 엄마는 두 손으로 들어 올리기도 힘겨울 만큼 무거운 가방을 쉽게 둘러매고 활기차게 집을 나서는 랄라. 도보에 다다르자 씩씩한 발걸음을 멈추고 나무 앞에 서서 함께 등교할 친구를 기다리는 랄라. 먼발치서 너의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에게까지 건강한 안정감이 전해져오더구나.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에 저절로 엄마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오른다.
랄라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엄마랑 아빠는 매달 첫날이 오면 랄라의 계좌에 용돈을 입금해왔지. 그 용돈으로 랄라가 친구 생일 선물도 챙기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식사도 하면서 약 2년간 야무지게 살림을 꾸려왔다고 엄마는 생각한다. 처음에는 갖고 싶은 물건을 보면 충동구매를 하거나, 균형적인 지출을 못 한 나머지 월말에는 용돈이 얼마 안 남아서 초조해하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랄라의 씀씀이가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 경우는 거의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엄마는 랄라가 열다섯 살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 이유가 운전 허가증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지난주 랄라가 전해온 뜻밖의 소식이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내가 랄라의 모든 면을 알고 있다는 속단과 착각은 그만해야겠구나.’라는 뉘우침의 시간을 선물해 주었단다. 우리 랄라가 방과 후에 파트타임으로 일 할 곳을
진심으로 알아보고 있었고, 적극적으로 면접을 준비하고, 부푼 기대를
가슴에 안고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엄마는 왜 몰랐을까?
솔직히 말하면 랄라가 파트타임 직장을 이야기했을 때 엄마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 막 열다섯 살이 된, 심지어 일해본 경험도 없는 고등학생을 과연 어떤 곳에서 선뜻 자리를 내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이 생각 자체가 이미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면접에 합격하고 고용계약서를 손에 쥔 랄라를 보면서 뒤늦게
깨달았단다. 열다섯 살이기에 일해본 경험이 없는 것이 흉이 되지 않고, 그러니까 파트 타임으로 시작하는 거고, 그렇게 일을 하면서 배우고 경험을 쌓는 거잖니? 15세는 엄연히 미국 노동법상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이고, 이미 랄라
주위에도 주중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열 시간 정도 일을 하면서 자신의 용돈을 버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엄마는 왜 그냥 귓등으로 들었을까?
엄마가 랄라에게 편지를 쓰는 동안 이미 안개는 걷히고 흐린 가을 하늘이 고개를 내밀었구나. 마찬가지로 엄마의 뿌옇던 생각도 조금은 정리가 된 듯싶다. 아마도 엄마는 아직 나만의 잣대를
가지고 랄라의 성장을 측정하는 고얀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 싶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의 도움으로 공부한
엄마로서는 랄라의 자립을 응원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경제적 자립을 향한 랄라의 진지함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던 건 아닐까? 정확히 말하자면 랄라를 향한 못 미더움이 아니라, 엄마가 랄라 나이였을 때 가졌던 의존심 때문에 랄라의 자립을 향한 의지를 간과한 것은 아닐까?
오늘 우리 아가가 첫 출근을 하는구나.
열다섯 장이나 되는 고용계약서를 하나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어본 뒤, 잘 모르는 부분은 친구나 선배에게 물어봐서 마지막까지 정성 들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랄라를 바라보며 엄마는 랄라의 반듯한 마음가짐에 감동했단다. 랄라의 어릴 적 언행을 보고, 엄마의 오래된 친구가 '청출어람'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단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가 그 말을 랄라에게 해주고 싶구나. 우리 랄라가 엄마보다 키만 더 큰 것이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특히 독립성과 자주성에 대해서 만큼은 랄라 나이었을 때의 엄마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랄라의 크고 작은 도전과 성취가 모여 앞으로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하니 엄마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열다섯 장이나 되는 고용계약서를 하나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어본 뒤, 잘 모르는 부분은 친구나 선배에게 물어봐서 마지막까지 정성 들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랄라를 바라보며 엄마는 랄라의 반듯한 마음가짐에 감동했단다. 랄라의 어릴 적 언행을 보고, 엄마의 오래된 친구가 '청출어람'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단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가 그 말을 랄라에게 해주고 싶구나. 우리 랄라가 엄마보다 키만 더 큰 것이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특히 독립성과 자주성에 대해서 만큼은 랄라 나이었을 때의 엄마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랄라의 크고 작은 도전과 성취가 모여 앞으로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하니 엄마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랄라야, 고객에게 성심성의를 다하되 랄라다움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기 바란다.
엄마는 랄라의 햇살 같은 웃음이 많은 사람에게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 어느덧 하늘도 맑게 갠 얼굴로 너의 첫 출근을 축하하고 있구나.
우리 랄라 화이팅!
사랑해 엄마 아가!
2017. 11.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