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21, 2018

할머니 88세 생신




사랑하는 할머니,

곱고 인자하신 우리 할머니의 여든여덟 번째 생신을 축하해요!

춘분이었던 오늘 한국은 눈꽃이 펄펄 휘날리는 운치 있는 날이었나 봐요. 아빠가 오늘 할머니 생신이라 길상사 가서 뵙고, 수미네 살고 있으니 마음 편히 지내시라고 전하고 올게라는 문자와 함께 보내주신 사진을 보는 순간, 저도 따뜻한 한잔 가슴에 품고 눈길을 걸어 할머니를 만나러 길상사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오늘은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의 생신. 그립고 보고 싶어서 마음속에 할머니와의 추억의 짓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누구는 기억과 추억의 차이를 말하면서, 기억은 머릿속에서 살지만, 추억은 가슴 속에서 산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가장 동감한 부분은 기억은 유효 기간이 있어 슬프지만, 추억은 유효 기간이 없어 슬프다.”라는 표현이었어요.

할머니께서 입관하시던 날은 할머니의 육신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죠. 그러기에 조금이라도 오래 할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했어요. 그래서 샘솟는 눈물까지도 꾸역꾸역 참아 내면서 자리를 지킬 있었던 같아요. 눈과 손에 익은 우리 할머니의 몸을 평온하고 아름답게 보내드리기 위해 치르는 엄숙하고 신비로운 의식을 바라보며, 저는 슬픔에도 품격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그로부터 정말 , 여름, 가을, 겨울이 여덟  바뀐 거죠? 제가 할머니 생전에 보낸 마지막 편지가 할머니의 산수를 축하하는 편지였는데, 뒤로 오늘까지 할머니 앞으로 부친 여덟 통의 편지는 할머니께서 육안이 아닌 영안으로 읽으셨으리라 믿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이 맺는 인연의 소중함, 사랑의 , 그리고 추억의 마법을 선물해 주신 할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얼마 혼자서 <서쪽 마녀가 죽었다>라는 영화를 감상했는데, 할머니 생각에 많이 울었어요. 손녀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눈빛은 국경도 언어도 뛰어넘나 봐요. 할머니의 따뜻한 눈빛, ‘네가 나의 손녀딸로 태어나줘서 참으로 대견하고 행복하다 눈빛, ‘지금도 충분히 해내고 있으니 괜찮다 눈빛, ‘너의 몸과 마음을 소중히 해야 한다 눈빛. 어쩌면 제가 지금까지도 가장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 할머니께서 저를 바라보시던 눈빛이 아니었을까요?

사랑하는 할머니,

저는 살고 있어요. 할머니께서 평소에 당부하셨던 말씀 가슴에 되새기고 머리로 되뇌며,  매일 열심히 살고 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너 할머니를 만나러 , 웃는 얼굴로 가슴 활짝 펴고 뛰어가 할머니 품에 안기려고요. 오리처럼 뒤뚱거리면서도 할머니만 보면 아미! 아미!” 외치며 힘껏 달려가던 어린 시절의 모습 그대로 할머니를 향해 가슴 벅차게 달려갈 거에요.

할머니가 너무너무 보고 싶을 때마다 제가 피아노로 연주해드리기도 하고, 때로는 울먹이며 간절하게 따라 부르던 노래,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으로 물든 지난 8년을 견딜 있도록 도와준, 저에게는 선물 같은 노래를 할머니의 여든여덟 번째 생신을 맞아 다시 한번 불러드릴게요.

<내 영혼 바람 되어>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곳에서 슬퍼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그 잠들지 않았다오
그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2018년 3월 21일 (음력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