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18, 2014
할머니 81세 생신
사랑하는 할머니,
오늘은 할머니의 여든한 번째 생신이에요. 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할머니께 올릴 탕국을 준비하는데 자꾸 눈물이 나는 거예요. 할머니께서 제 어깨너머로, "우리 강아지, 이제 제법 주부 다 됐네..." 하시면서 저를 내려다보시는 것 같아서, 몇 번씩 오른쪽 어깨너머를 뒤돌아 보기도 했어요. 할머니가 저희랑 같이 계시다는 느낌.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보고 싶을 때마다 전화로 목소리를 들어야 잠이 왔었는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부터 너무 보고 싶을 때는 할머니의 숨결이나 온기가 느껴져요. 그리고 우리는 꼭 꿈에서 만나죠.
할머니 감사합니다. 이승에 남겨진 저를 안심시켜 주시려고, 밤에는 편안한 모습으로 제 꿈에 나타나 주시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눠 주시고, 저에게 할머니의 존재를 늘 확인시켜 주셔서... 어젯밤 잠들기 전에 할머니랑 비밀 이야기를 나누는 저의 일기장에 할머니랑 하고 싶은 일을 빼곡히 적어봤어요. 할머니 한 번 들어보실래요?
<나의 소중한 할머니>
할머니. 오늘 밤 꿈에 나와주세요.
꿈에서 할머니 얼굴도 보고, 만지고 싶어요.
할머니랑 꼭 껴안고 자고 싶어요.
할머니랑 같이 맛있는 쌈을 싸먹고, 시원한 콩국수를 먹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물냉면도 나눠먹고,
할머니 모시고 한약방도 가서 보약도 져드리고,
할머니랑 호텔 스위트룸에서 마사지를 받고,
할머니랑 두 손 꼭 잡고 비행기 창문으로 구름 구경을 하고 싶어요.
할머니랑 길상사를 찾아가 봄소식을 함께 느끼고,
돌아오는 길에는 옛날 우리가 살던 집에 들르고 싶어요.
할머니께서 정성껏 키우시던 유자나무와 분꽃은 아직도 그 집 정원에 자라고 있을까요?
이번에는 제가 할머니를 업고 골목길을 내려오고 싶어요.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서 할머니랑 고스톱을 치고,
할머니랑 큰소리로 웃고,
다시 할머니 찌찌를 만지고,
할머니랑 그냥 단둘이 함께 있고 싶어요.
할머니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꿈에 나와주세요.
Night Night!
할머니,
오늘은 우리 아름다운 할머니의 생신.
오늘이 없었다면 할머니도, 엄마도, 저도, 랄라도 그리고 우리의 가족이라는 관계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날만큼 소중하고 귀중한 날이 어디 또 있겠어요. 할머니. 이 세상에 태어나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제가 살아있는 동안 할머니의 생일파티는 계속될 거예요. 할머니께서 백수를 누리시길 간절히 빌었지만, 운명은 너무도 빨리 우리를 갈라놓았어요. 하지만 할머니, 제가 숨 쉬고 있는 한 매 년 할머니 생신을 축하하고 축복해 드릴 거예요. 저도 건강히 잘 살아서 할머니의 120세 생신상까지는 제가 꼭 차려 드리려고요. 저도 그때쯤이면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있겠네요.
저에게는 늘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할머니, 나의 사랑. 더 이상 아프시지 마시고, 지긋지긋한 약봉지들한데 맺힌 한도 푸시고, 두 다리 쭉 뻗고 햇살 드는 푸른 잔디에 앉아 쉬고 계세요. 제가 예쁜 꽃 한 아름 꺾어 할머니께 달려갈게요. 할머니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려요. 할머니는 제가 곁에 있는 한 절대 외롭지 않아요. 할머니 사랑해요.
2011년 3월 9일 (음력 2월 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