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오늘 이곳은 할머니의 성품처럼 온화한 하루였어요. 그래서 저는 포근한 할머니의 품을 떠올리며 분꽃 씨앗을 화단에 심었어요. 4년 전 할머니께서 스무 개 남짓 보내주셨던 그 씨앗들이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어느새 200개가 훌쩍 넘었답니다.
할머니, 벚나무에는 이미 꽃잎이 한 잎 두 잎 환하게 피어나고 있어요. 이른 아침이면 이름 모를 작은 새가 찾아와 벚꽃 나뭇가지에 머물며 쉬어 가기도 해요. 할머니께서 좋아하셨던 라일락 나무에도 향기로운 꽃망울이 앉았어요. 그리고 보드라운 솜털 가득한 목련도 머지않아 피어날 거예요.
할머니. 봄이 오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던 할머니의 모습, 작은 치아가 모두 드러날 만큼 환하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얼굴이 이 푸른 하늘에, 작고 사랑스러운 꽃망울에, 가까이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에, 고슬고슬한 흙의 감촉에 모두 어리어 있어요. 그래서 더욱 할머니가 그리운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운 우리 할머니의 84번째 생신을 맞이하면서, 봄볕처럼 따사롭던 할머니의 사랑을 마음속에 다시 한 번 그려요. 꽃을 유난히 좋아하셨던 할머니는 평생을 봄처럼 사시다 가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른 봄에 세상 구경을 나오신 할머니는 늦은 봄에 이곳을 떠나셨죠. 마치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할머니답게 저희에게 보여주시기 위해서, 할머니께서는 처음도 끝도 이토록 아름답게 연출해 놓으신 듯해요.
할머니가 떠나신 후, 저에게 봄은 설렘과 애잔함이 공존하는 계절이 되어버렸어요. 마치 조울증 환자처럼 환희와 비통함을 오가는 경험을 하고 있는 저는, 어느 날은 나비처럼 하늘을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으로 할머니께 쇼팽의 곡을 연주해 드리려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가도, 연주가 시작되면 가슴이 너무 아파 시작한 연주를 미처 끝내지도 못하고 달팽이처럼 웅크려 앉아 울기도 해요.
그런 날은 <기억이란 사랑보다>라는 노래를 창문을 열고 크게 틀어 놓고 있으면, 노랫말이 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날아가 할머니께 닿을 것 같아요. 할머니와의 기억들이 때로는 사랑보다 저를 더 슬프게 하지만, 그 기억 하나하나가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지, 다시는 오지 않을 귀중한 시간인지 잘 알고 있기에, 슬픔보다는 더 큰 감사함으로 매 순간 살아가고 있어요.
나의 사랑 할머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할머니를 향한 저의 애틋한 그리움은 제 마음 중심 깊숙한 어느 곳으로 더 깊이 더 고요히 가라앉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마치 할머니께서 제 영혼에 뿌리를 내리고 계시는 것 같아요. 할머니 우리 늘 그렇게 함께 있어요.
스즈키 쇼유의 <노부코>라는 시를 읽으며 온통 할머니라고 고쳐 썼어요. 사랑하는 할머니의 여든네 번째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할머니 사랑하고 사랑해요.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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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쓰면 쓸수록 슬퍼만 진다
2014년 3월 5일 (음력 2월 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