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0, 2014

 
 
<뜰>

아침 햇살이

라일락 꽃잎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한 아이가 나비를 쫓는다.

나비는 잡히지 않고

나비를 쫓는 그 아이의 손이

하늘의 저 투명한 깊이를 헤집고 있다.

그대의 눈은 나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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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야,

오늘 저녁 랄라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엄마 얼굴도 아빠 얼굴도 마주 보지 않고, 용건이 있으면 말을 하는 대신 노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 엄마 방에 들어올 때는 한 손으로 너의 두 눈을 가리고 들어오지. 엄마와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랄라. 그런데 엄마는 그런 랄라가 귀여워.

랄라가 화가 난 이유는 우리 집 앞뜰의 배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서 가지치기를 했는데, 랄라가 가장 좋아하던 가지마저 아빠가 베어버렸기 때문이야. 그지? 랄라가 그 나뭇가지를 밟고 올라가면 나무를 타기가 좋았는데, 랄라가 그 나뭇가지에 앉아서 친구들이 지나가면 손도 흔들어 주고, 벨라랑 같이 비 오는 날 우산도 씌어주고 했었잖아. 그지?

랄라의 속상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엄마는 왜 문득 김춘수 (1922.11.25 - 2004.11.29) 시인의 <뜰>이라는 작품이 마음에 와 닿았을까? 아마 그건 엄마는 이 작품에서 묘사된 나비를 쫓는 아이가 랄라처럼 느껴져서 그랬을 거야. 랄라는 나비도 잠자리도 다람쥐도 애벌레도 심지어 지렁이까지도쫓아 다니는 아이니까.

엄마는 그런 랄라의 모습을 아주 어릴 때부터 바라보았기 때문에, 랄라를 떠올리면 꽃과 나무와 바다와 하늘도 함께 눈앞에 펼쳐진단다. "나비를 쫓는 그 아이의 손이/ 하늘의 저 투명한 깊이를 헤집고 있다"는 느낌을 엄마도 랄라를 지켜보면서 받은 적이 몇 번 있어. 랄라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듯한 그런 느낌말이야.

랄라야. 미안해. 네가 아끼는 나뭇가지를 베어버려서…….

그런데 랄라야. 우리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집 나뭇가지가 옆집 잔디를 너무 많이 덮어서 Steve 아저씨네 잔디가 죽어가기 시작했고. 우리 집 앞을 산책하는 이웃분들의 머리에도 나뭇가지가 닿을 만큼 길게 늘어졌기 때문에 엄마랑 아빠는 나뭇가지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단다. 너에게 미리 말을 해주고 잘랐더라면, 랄라가 조금은 덜 서운했을까?

여하튼 미안해. 랄라 마음 많이 상하게 만들어서…….

나의 사랑스러운 나비를 쫓는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