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0, 2014
어느 날
<어느 날>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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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야,
이 작품은 草汀(초정) 김상옥 (1920.3.15 - 2004.10.31) 시인의 작품이란다. 김상옥 시인은 시조시인으로도 유명하신 분이야. 엄마는 시조의 예스러움과 고아한 표현들을 좋아하는데, 우리 랄라도 한국의 시조를 몇 편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김상옥 시인에게도 랄라 같은 외동딸이 있었는데, 그 하나뿐인 딸이 성장해서 예쁜 구두를 맞춰주러 명동에 있는 칠성 화점이라는 신발가게에 갔다 오면서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남긴 거라고 해.
엄마는 이 詩를 읽으면서 언젠가는 엄마 품에서 떠나갈 랄라를 웃으면서 보내줄 예행연습을 하기도 한단다. 작품의 첫인상은 딸을 사랑스러워하는 아빠의 마음과 섭섭함이 함께 깃들어 있는 것이겠지만, 엄마는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겠네"라는 표현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느꼈어.
엄마는 랄라를 무조건 무한대로 사랑하지만... 그리고 한 생애 사무치게 사랑하겠지마는 그런 우리에게도 언젠가 이별은 찾아올 거야. 어느 날 엄마와 왕 할머니에게도 이별이 찾아왔던 것처럼 말이야.
그렇게 보면 이 생에서의 엄마와 랄라의 인연 또한 한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해. 그러기에 랄라와 함께 숨 쉬고, 꽃향기를 맡고, 맨발로 잔디를 걷고, 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마음속에 새겨진단다.
인생이란 그런 것 같아. 아주 짧은 찰나와 찰나의 기억들이 별자리처럼 연결되어 추억으로 우리 가슴에 남는 거. 그러고 보면 기쁨과 노여움도 슬픔과 즐거움도 모두 한 찰나에 지나지 않는 거란다.
엄마는 후회 없이 너를 사랑할 거야. 어차피 김상옥 시인의 말처럼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겠네" 이것이 인생이라면, 엄마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싶어. 랄라도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겨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