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0, 2014
꽃씨를 거두며
<꽃씨를 거두며>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 듦, 화해로 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 있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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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야,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기도 하고, 엄마가 존경해 오던 숭산 스님의 제자이신 우봉 스님께서 프랑스 파리 관음 선원에서 입적하신지 한 달이 되는 날이기도 하고, 토토로 이모의 소중한 친구가 뇌종양을 앓다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되는 날이기도 해.
오늘 같은 날은 랄라와 도종환 (1964년 9월 27일 - ) 시인의 <꽃씨를 거두며>라는 詩를 읽고 싶구나. 도종환 시인은 <접시꽃 당신>이라는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사랑하는 아내가 암 투병을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머지않아 찾아올 이별을 준비하는 시인의 절절한 마음이 독자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일 거야.
하지만 오늘은 <꽃씨를 거두며>를 이야기하기로 하자. 시인은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이 詩를 시작하지. 이 구절을 읽을 때 엄마는 이미 가슴이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단다. 랄라야. 인간의 마지막 순간만이 슬픈 게 아니란다. 아름답게 만개한 꽃들이 빗방울의 무게를 못 이겨 결국은 꽃잎을 떨구는 모습을 랄라도 봐서 알겠지만, 꽃이 진다는 것, 때로는 외부의 영향으로 할 수없이 낙화하는 것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 대상이 사람이건 자연이건 모두 가슴이 아픈 거란다.
엄마는 랄라에게 '生死'가 둘이 아님을 늘 이야기해주고 싶어. 시인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그 책임이라는 것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말하는 거란다. 살아 있고 아름다운 것들만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그 생명을 다하고 우리에게 슬픔의 이별이 찾아온다고 해도 끝까지 영원히 사랑하고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책임을 말하는 거야.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는 거란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 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엄마도 이 말 뜻을 가슴으로 받아 드리게 된지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았단다. 그러니 랄라가 지금 당장 이 모든 이치를 깨닫기는 힘들겠지만, 언젠가 엄마가 지금 한 말을 기억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한 번 더 꺼내어 보기 바란다.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것도 몹시 아름다운 일이지만, 조금 더 지혜로운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조금 앞서진 꽃들이 우리 곁에 머물다간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매 순간을 아름답게 꽃피우며 살아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봐.
그런 것을 우리는 '승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승화'란 그렇게 대단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란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自利利他를 지향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늘 노력하는 것, 그래서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먼저 져버린 꽃들과 아직도 피어나고 있는 꽃들이 둘이 아님을 깨닫는 것. 그런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