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랄라에게,
아름다운
가을이구나. 얼마 전 맑은 호수에 비친 푸르른 하늘과 가을 햇살을 가득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엄마는
살아있음에 또 한 번 감사했단다. 지금 이 순간, 엄마가
우리 랄라를 떠올리며 몇 자 적을 수 있는 것도 아직은 엄마가 숨 쉬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주어진
당연한 권리인 듯 우리는 24시간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그 하루는 누군가의 탄생과 죽음,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이 뒤범벅된 의미심장한 하루라는 것을 이제 열네 살이 되는 랄라가 깨달았으면 한다. 그 이유는 랄라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빨리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랄라의
인생은 더 많은 감사와 경이로움과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질 수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한편으로 엄마가 지금 랄라의 나이였을 때를 떠올려보니, 랄라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왜냐면
엄마도 지금의 랄라처럼 친구와 예쁜 옷과 음악과 맛있는 음식들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있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야. 그래, 랄라야. 미안. 엄마 생각이 부족했구나. 엄마의
욕심이 또 앞서가려고 하는 거야. 우리 랄라는 그냥 있는 그대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도록 하자. 그리고
엄마는 랄라를 믿어. 언젠가
랄라도 삶과 죽음에 대한 참구를 시작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와 만나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야.
랄라의
열네 살의 생일을 맞아, 엄마는
랄라의 건강한 몸과 마음에 감사하고, 랄라의
아름다운 머릿결과 햇살 같은 웃음에 감사하고, 쪼물쪼물
뱃살과 통통한 허벅지에 감사하고, 힘차게
걷고 뛸 수 있는 다리와 기운이 넘치는 팔에 감사한다. 가끔은
랄라가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원망도 하고 미운 말도 하지만, 엄마는
변함없이 우리 아가를 사랑하고 응원한단다. 솔직히
엄마는 이미 랄라로부터 여생을 살아가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행복을 선물 받았으니까 괜찮아. 랄라의
원만한 교우관계와 안정된 학교생활도 엄마에게는 너무도 기특하고 고마운 부분이란다. 자신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랄라를 지켜보노라면, 엄마는
건강한 나무가 굵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며 하늘 위로 맘껏 가지를 뻗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단다. 그래서
고맙고 그런 랄라가 자랑스러워.
랄라야. 앞으로 남은 고등학교 3년은 랄라에게 푸르름으로 기억될 좋은 시간일 거야. 지금처럼 우리 랄라가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웃고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서서히 나와 우리의 조화를 되새김하고, 자비와
지혜를 지향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초석을 다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무리
랄라가 평소에 많이 읽고, 듣고, 배워도 랄라의 본성이 생활 속에서 실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른 지식으로 그친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주길 바란다. 무엇인가를 행한다는
것은 용기를 동반하는 것이고, 그 용기는 랄라의 마음으로부터 생겨난다는 것을 잊지 말렴. 그리고
우리 랄라가 말의 표면적인 부분보다는 그 말이 품고 있는 뜻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말에만 묶여 사는 사람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정신을 빼앗겨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기 때문이야. 랄라가 곧은 마음으로 달님을 바라볼 수 있도록 엄마가 응원할게.
우리 랄라. 엄마의
사랑. 엄마의
마음.
열네 번째의 생일 반짝반짝 축하해요!
열네 번째의 생일 반짝반짝 축하해요!
엄마
